주자, 이황, 실학자의 ‘허심(虛心)’ 독서법 비교: 수능특강 독서 배경지식

허심(虛心)이란 ‘마음을 비운다’는 뜻으로, 책을 읽을 때 자신의 사사로운 생각이나 편견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임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조선 시대 대표 학자인 주자(朱子), 이황(李滉), 그리고 실학자들은 모두 독서에서 허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 의미와 목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1. 주자의 허심 독서법

주자는 독서를 할 때 자신의 주관을 세우지 않고, 마음을 깨끗이 비워 글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물(物)로서 물을 보듯, 글로서 글을 보라”고 하면서, 책을 읽을 때는 선입견 없이 객관적으로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문장을 살핀다면 그 의리가 분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허심은 독서를 통해 저자의 의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 전제 조건이었습니다.

2. 이황의 허심 독서법

이황은 주자의 사상을 계승하면서도, 성현(聖賢)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그는 “성현의 말씀과 나의 소견이 다르다면, 이는 내가 정성스럽지 못한 탓”이라고 하며, 독서란 성현의 도를 담는 그릇을 통해 세계의 참모습을 파악하는 과정임을 밝혔습니다. 즉, 독자는 자신의 견해를 앞세우지 않고, 사사로움을 버리고 허심으로 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3. 실학자의 허심 독서법

조선 후기 실학자들도 독서의 시작은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지원은 “방과 창이 비어야 빛이 들어오고, 유리알이 비어야 정기를 받을 수 있다”고 비유하며, 사사로운 마음과 기존의 편견이 독서를 방해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실학자들의 허심은 단순히 비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정약용은 “독서를 할 때에는 먼저 자신의 주견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실학자들의 허심은 기존의 잘못된 지식을 버리고, 열린 태도로 새로운 주견을 세우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용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세계의 참모습을 이해하려는 태도입니다.

4. 세 학자의 허심 독서법 비교

학자허심의 의미독서의 목적특징
주자자신의 견해를 비우고 글 자체에 몰입저자의 의도와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객관적, 수용적 태도 강조
이황성현의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임성현의 도를 이해하고 내면화자기 견해보다 성현의 가르침 중시
실학자기존의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 유지새로운 주견을 세워 진리 탐구비판적, 창의적 사고 강조

5. 결론

주자, 이황, 실학자 모두 독서에서 허심을 강조했지만, 주자와 이황은 책의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실학자들은 기존의 지식을 비우고 새로운 시각을 세우는 태도를 중시했습니다. 이 차이는 조선 전기와 후기에 따라 학문과 사회 변화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능특강 독서 제시문을 이해할 때 중요한 배경지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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