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한다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그날이 오면」
심훈의 「그날이 오면」은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조국의 광복을 간절히 염원하며 쓴 자유시, 저항시, 서정시입니다. 이 시는 단순한 미래의 한 시점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자유와 평화를 되찾는 광복의 날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당시 현실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조국의 해방을 꿈꾸며 쓰였습니다.
1. 작품 개요
- 갈래: 자유시, 저항시, 서정시
- 성격: 격정적, 의지적, 자기희생적, 저항적
- 주제: 조국 광복(해방)의 그날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희생의 의지
- 제재: 민족 해방, ‘그날’ (광복의 날)
2. 시의 배경과 ‘그날’의 의미
이 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조국의 독립(광복)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날’은 단순한 미래의 한 순간이 아닌, 우리 민족이 자유를 되찾는 광복의 날을 의미합니다. 시인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이 작품을 썼습니다.
3. 시의 구조와 내용 해설
1연
- ‘그날이 오면’이라는 가정법과 반복을 통해 광복의 날을 간절히 염원함
- 의인법, 과장법 사용 – 삼각산과 한강 같은 자연물이 기쁨에 겨워 춤추고 용솟음친다는 표현
- 화자는 자신의 목숨이 다하기 전에 까마귀처럼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겠다고 다짐함
-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도 기쁘게 죽을 수 있다는 극한적 희생의 의지를 표현
2연
- ‘그날’이 오면 광화문 앞에서 기쁨에 겨워 뒹굴고 울겠다고 표현
- 자신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어 행렬의 앞에 서겠다는 극한적 희생의 의지
- 북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고 죽는다면 여한이 없다는 표현으로, 광복의 환희를 강조
4. 표현상의 특징
- 가정법과 반복법: ‘그날이 오면’을 반복해 간절한 소망을 강조
- 의인법, 과장법: 삼각산, 한강, 까마귀, 두개골, 가죽 등 극한적 시어 사용
- 경어체 종결어미: ‘오리다’, ‘죽사오매’, ‘감겠소이다’ 등 경건한 어조
- 직설적이고 강렬한 어조: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
5. 시의 의의와 감상 포인트
- 민족의 아픔과 희망, 저항정신을 극한적 시어로 표현한 대표적인 저항시
- 단순한 개인의 기쁨이 아닌, 민족 전체의 자유와 환희를 상상하며 희생을 각오한 작품
- 극단적 이미지(두개골이 산산조각,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든다)를 통한 광복의 절실함 강조
6. 정리
심훈의 「그날이 오면」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광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표현한 저항시입니다. 반복, 의인, 과장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을 통해 격정적 감정과 자기희생의 의지를 드러내며, 민족적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7. 감상 포인트
- ‘그날’은 광복의 날을 상징하는 시어
- 극단적 이미지와 과장된 표현을 통한 감정의 직접적 표출
-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담은 시
이제 심훈의 「그날이 오면」을 다시 읽어보며, 그 속에 담긴 강렬한 저항정신과 자기희생의 의미를 되새겨보세요.